흥미있는 제목에 충동구매했지만, 저만큼의 두께인지는 몰랐던 나는 책의 두께만으로도 '헉' 했다. 세로/가로 모두 1Q84의 1.5~1.7배 정도 된다. 들고 다니며 무기로 써도 될 정도 ㅡㅡ;;;
그래도 '재밌겠지' 생각했는데, 재밌지도 않다. ;ㅁ; (순전히 나의 기준)
전라도 음식, 경상도 음식의 종류나 맛이 다르고, 다른 이유가 다 있듯이... 이 책은 이탈리아 요리를 지역별로 (매우 세부적임) 설명해놓았고, 음식을 중심으로 이탈리아의 문화나 사상, 역사, 예술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음식을 배워본 사람이나 이탙리아의 지역/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정말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나는 내용을 보면서 계속 지도를 펼쳐봐야했고, 역사를 검색해봐야만 했다. (검색하면서 느낀건데 난 진짜 무식하다.)
처음에는 '그래도 읽어보자'며 도전을 했지만, 곧 안되겠다 싶어 재미있을 것 같은 부분만 발췌독을 했다. (발췌독만 해도 2~3주는 걸린 듯 ;;;;;)
움베르토 에코 책의 러시아판 번역자라는 저자는 왜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과 연관된 이야기를 많이 하는지 궁금하다는 물음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실제로 음식의 조리법이나 지역별 음식 소개, 음식과 연관된 사상이나 역사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있다.
재밌는 사실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슬로푸드 운동이나 미래주의를 지지하고, 공산주의와 '미국에서 들여운 것들'을 비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또한 이탈리아 요리법처럼 원칙과 기본 등을 중시하는 것을 매우 동경하고 화려한 음식보다는 소박하지만 건강에 이로운 음식 (ex-지중해 식단) 을, 패스트화된 피자보다는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가정식 음식인 파스타를 좋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는 이탈리아의 식탁 위에 '행복과 소통'이란 이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화자의 주제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나는 점점 저자의 사상이나 철학적 관점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바라보게 되었다.
슬로푸드의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이해하기 쉽다. 우리는 문학적 관점에서 가치 있는 물건이라면 소중히 간직한다. 우리는 박물관에 이런 진귀한 것들을 모으고 그 수를 늘리며 기쁜 마음으로 그 자산을 즐긴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는 성급함 때문에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쉬지 않고 일해도 더 가난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예전에 잃어버려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소중한 것들을 온 힘을 다해 보호하고 늘려가야한다는 것이 슬로푸드의 메시지다.
또한 슬로푸드 운동의 핵심은 '생물의 다양성'이다 지구상에서 특정한 생명체의 유전자가 사라지면 이후로는 그 생물체를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 中
옥수수는 정부에서 아메리카로부터 들여온 작물이라면, 토마토는 남부 이탈리아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되었다는데 처음에는 토마토의 이름이 pomme d'amore (사랑의 사과) 였다고 한다.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역시 이탈리아인들의 센스란!
나폴리에서 토마토소스를 넣은 파스타와 마르게리타 피자가 처음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여행중 나폴리에 못간 것이 넘 속상하다. ㅠㅠ 마르게리타는 사보이 왕가의 이탈리아 여왕 마르게리타를 생각하며 이탈리아 국기의 세가지 색으로 장식한 (토마토, 모짜렐라, 바질) 피자라고 한다. 피자 중에 마르게리타를 가장 좋아하는데 (제일 싸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 ;ㅁ;) 왠지 앞으론 먹을 때마다 이탈리아 국기가 생각날 것 같다. ;;;;;
이탈리아는 예로부터 먹을 것이 풍부해 사람들이 유미주의, 탐미주의적일 수밖에 없었다는데, 진정한 미식가는 상류에서 잡은 물고기와 하류에서 잡은 물고기를 구분해낼 정도라고 한다.
이건 좀... 구라같은 ;;;;;
밀라노에 갔을 때, 맥도널드를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이 책에 밀라노의 맥도널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었다. 밀라노의 맥도널드는 로고가 없고, 특유의 노란색이 아닌 이탈리아의 건물과 어울어지는 색(검정과 금색)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었다. 파는 음식도 패스트푸드라기 보다는 그냥 카페같은 느낌이었다.
예전 파시스트가 흥했을 때, 파시스트 입장에서 코카콜라나 맥도널드는 민족-국민주의에 힘집을 내고 '추잉검'이 그랬던 것처럼 주변에 타락이나 매춘의 씨를 뿌린다고 여겼다고 한다. 또한 매력적인 이탈리아 음식이 넘쳐나는 이 지역에서 맥도날드를 드나드는 것은 품위를 떨어뜨리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이탈리아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사랑받지 못해 실제로 문을 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나도 여기저기 쏘다니느라 매우 바쁜 하루였지만, 맥도널드로 때우지 않고 레스토랑에서 유명하다는 밀라노의 리조또를 먹었다. 밀라노의 리조또가 왜 유명한지 몰랐는데, 이 책을 보니 샤프란이 살짝 들어가면서도 완전히 탈곡하지 않은 통통한 쌀로 만들기 때문에 유명한 것 같다.
아참, 이탈리아의 요리언어 중에 약간 에로틱한 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내가 매우 좋아하는 '티라미수'에는 '나를 위로 올려주세요 (흥분시켜 주세요)' 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또한 '파니노(샌드위치)'는 '빵 두개가 함께 죄를 범한 다음에 프로슈토 조각을 임신한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요리 과정을 쓴 글들도 자세히 보면 야한 코드가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우리나라였으면 19세 이상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앞으로 티라미수를 어떻게 먹는담 ㅠㅠ
책을 읽으며 '가정식'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도 귀찮아하지 말고, 요리를 조금씩 배워볼까 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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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노트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군요.
2011.01.31 05:15하나도 안부러워요..... 진짜에요..... ㅡ.ㅜ
저도 그렇게 생각했드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1.01.31 13:38 신고하나 장만하세용~ 넘 좋아요~!!!!!!!
우리 한국말해요... 네? : ) ㅠㅠ
2011.02.07 01:17영어 공부 좀 해야하는데...... 하루하루 어휘력이 떨어져요 ㅠㅠ
2011.02.08 14:37 신고